누리엘 루비니, 최후의 비관론자가 살짝 웃었다… 아주 살짝 [관련글 작성]
마지막 수정 : 2009-05-30 14:42 i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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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훈 위클리비즈 에디터 jhl@chosun.com 장원준 기자 wjjang@chosun.com / 2009년 05월 30일자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최후의 비관론자가 살짝 웃었다… 아주 살짝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인터뷰

"선진국이 더 위험해… 거대 은행 대마불사? 대마불구될 수도"
"지금 세계 경제, 파릇파릇한 새싹 대신 누런 잡초가 무성한 형국이다"


그의 얼굴은 마치 먹구름이 잔뜩 낀 하늘 같았다. 이마에 겹겹이 진 주름과 굵은 눈썹이 두 눈을 아래로 짓누르듯 했다. 그는 거의 웃지 않았다. 웃음이 보일락말락 입 꼬리를 스치고 지나간 게 딱 한번, 그리고 끝이었다. 그의 어조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거의 기복이 없는 모노톤이었다. 질문을 하면 그는 마치 정해진 공식을 외는 것처럼 말했다. 주문을 외는 것 같기도 했다.

누리엘 루비니(Roubini)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외모만큼이나 어두운 경제 전망으로 '닥터 둠(Dr. Doom)'이란 별명을 얻었다. 하지만 그는 본인의 주장처럼 닥터 둠이 아니라 '닥터 리얼리스트(Dr. Realist)'인 지 모른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다.

그는 사람들이 서브프라임이 무엇인지 전혀 몰랐던 2005년부터 "미국 주택시장의 투기적 붐에 의해 일생에 한번 보기 힘든 경제위기가 발생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당시만 해도 그는 사람들의 비웃음을 샀지만, 2년 뒤부터 그의 비관적 예견들은 사실이 됐다. 특히 그가 2008년 2월 자신의 블로그에 쓴 '금융 재앙으로 가는 12 단계' 시나리오는 섬뜩하리만큼 차례차례 적중해 그의 명성을 세계적으로 높였다. 그는 지금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다.

그림▲ '대표적 비관론자'로 통하는 누리엘 루비니 교수가 27일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서 가진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세계 경제 전망에 대해 설명하면서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그는 "일본식의 L자형 경기 침체, 대공황에 가까운 상황, 그리고 자유 낙하(free fall) 가능성이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그가 보는 미래는 여전히 걱정할 일로 가득 차 있었다. 서울디지털포럼(SBS 주최) 참석차 방한한 그는 지난 27일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 "낙관론자들이 '푸른 새싹(green shoots)'을 이야기하지만, '누런 잡초(yellow weeds)'들이 도처에 널려 있다"면서 "잡초가 언제 발목을 잡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가 올 중반쯤 바닥을 칠 것이고 내년엔 강한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일부 낙관론자들의 견해를 일축하면서 "회복은 빠르기보다 늦을 것이며, 회복세는 강하기보다는 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 경제의 바닥은 올 연말께나 돼야 찾아올 것이며, 내년 이후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더라도 2년 정도는 잠재성장률인 2.75~3%를 밑도는 1~2% 정도의 성장률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더블 딥(double dip·한번 회복되던 경제가 다시 추락하는 것), 혹은 W자형 경기 침체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미국의 재정적자가 급증해 국가 신용등급이 떨어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그의 표현은 과거보다는 확실히 누그러져 있었다. 기자는 그의 주장을 칼럼과 인터뷰 기사, TV 방송 등을 통해 수년 동안 지겨울 정도로 접해왔다. 그는 "몇 달 전과 비한다면 무엇이 달라졌느냐"는 질문에 "6개월 전만 해도 일본식 L자형 경기 침체와 거의 대공황에 가까운 상황, 그리고 자유 낙하(free fall)를 심각하게 걱정했었는데 그런 가능성이 줄어든 것은 굿뉴스"라고 말했다. 닥터 둠이 적어도 3가지 걱정은 안 해도 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야말로 굿뉴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귀하는 타고난 비관주의자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이례적으로 긴 시간을 들여서 대답했다.

"나는 영원한 비관론자가 아니라 늘 올바른 판단을 하려고 노력한다. 나는 회복의 신호가 보이면 가장 먼저 회복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람들은 지난 2년 동안 6번이나 '바닥이 왔고, 회복세가 시작됐다'고 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시장의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나는 이제 적어도 아시아나 신흥경제권은, 지금처럼 적절한 정책이 유지된다는 것을 전제로, 중기적 관점에서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본다.

심지어 나는 미국의 경우도 경제의 동력과 다양한 기술과 벤처캐피털과 기업가 정신의 힘을 유지하면서 주택시장과 개인의 파산 문제 등을 잘 해결해나간다면 성공적으로 경제 회복의 출발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 1997~2004년에 나는 주로 신흥시장의 위기, 아시아와 러시아, 브라질의 위기를 연구 대상으로 삼았다. 2004년부터는 미국의 취약점을 집중적으로 연구했고, 미국이 마치 가장 큰 신흥시장 같다는 점을 발견했다. 그만큼 경제에 변동성이 컸다는 의미다. 그러니 나는 지난 10년간 전 세계 곳곳에서 각기 다른 시점에 발생하는 위기를 주로 연구하면서 위기에 대해 이야기해온 셈이다. 그러나 나는 영원한 약세론자는 아니다. 나는 이제 지속 가능한 회복에 대해 말할 수 있게 돼 행복하다. 나는 최근 분석을 통해 L자형 침체라든가, 아마겟돈이나 재앙과 같은 상황은 지났다고 말하고 있다. 올해 연말쯤에는 경제 회복세가 시작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자신이 영원한 비관론자가 아니라고 열심히 변명 아닌 변명을 하는 그의 모습에서 기자는 역설적으로 희망의 싹을 발견할 수 있었다.

루비니 교수는 이야기할 때 많은 비유를 들곤 한다. 예를 들어 '두 좀비은행을 합병하는 것은 두 주정뱅이가 서로에게 기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고, 지난 4월 증시의 반등에 대해서는 '죽은 고양이의 반등(dead cat bounce)'이라는 표현을 썼다. Weekly BIZ와의 인터뷰에서도 그는 '푸른 새싹(green shoots)이 아니라 노란 잡초(yellow weeds)'라든지, '대마불사(大馬不死·too big to fail)가 아니라 대마불구(大馬不救·too big to save)'와 같은 현란한 어법을 구사했다.

그림▲ 그래픽=김의균 기자 egkim@chosun.com

그림▲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 경기가 회복돼도 회복세가 약할 것으로 보는 이유는?

"근본적인 금융의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다. 금융기관과 정부, 기업의 근본적 문제들이 충분히 처리되지 않았다. 보호주의가 대두되고 있고, 글로벌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았다. 지나치게 많은 소비를 했던 나라들―미국을 비롯해 영국, 아일랜드와 두바이, 호주, 뉴질랜드 등―이 소비를 충분히 줄이지 않았고, 지나치게 많은 저축을 했던 나라들 역시 저축을 줄이거나 내수에 돈을 쓰지 않고 있다.

금융시스템은 총체적 붕괴는 면했지만, 문제가 도처에 널려 있다. 서브프라임에 그치지 않고, 프라임, 상업용 부동산, 신용카드, 오토론, 레버리지론 등 문제가 널려 있다. 물론 리먼브러더스가 그랬듯이 또 다른 금융기관이 갑자기 무너져 급사(急死)할 위험은 이제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치 칼에 1000번 찔리는 것처럼 조금씩 조금씩 피를 흘리며 서서히 죽어가는 식의 위험은 남아 있다. 시스템적인 금융위기에서 회복하는 데는 몇 년의 시간이 걸린다."

모하메드 엘 에리언(El-Erian·세계 최대 채권펀드 운용회사인 핌코의 CEO)은 "이 위기가 끝나더라도 그 뒤의 세상은 지금과는 아주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 각국이 쓰고 있는 비전통적인 정책들이 예측할 수 없는 문제들을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귀하가 보는 위기 후 세상은 어떤 세상인가?

"그의 의견에 매우 공감한다. 그가 '지난 15년간 미국이 연 3%씩 성장하던 시절은 잊고, 2% 이하를 생각해야 할 때'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공감한다. 그의 말처럼 세계는 보다 불확실해지고, 허약해질 것이다.

예를 들어 재정적자 문제를 보자. 예전엔 보통 신흥시장 국가들의 소버린 리스크(sovereign risk·국가 부도 위험)가 문제가 됐다. 하지만 요즘은 반대다. 선진국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유로존의 몇몇 국가들은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으며, 이를 보전하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다. 유럽의 어떤 은행들은 대마불사(大馬不死)일 뿐만 아니라 대마불구(大馬不救·너무 커서 구제하기 힘든 것)인 상황이다. 또한 정부가 민간에 지나치게 개입해 성장 잠재력을 떨어뜨릴 수 있고,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세금을 올릴 수 있다. 장차 인플레이션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미국, 장기적으로 국가신용등급 하향 조정 가능성 있다"

― 많은 사람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고 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걱정은 너무 이르다는 사람도 있다. 귀하의 의견은?

"적어도 앞으로 2년 동안 세계 경제의 문제는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일 것이다. 물론 통화를 찍어서 재정적자를 막는다면 인플레이션 압력은 가중될 것이다. 돈이란 찍어내기는 쉽지만, 거두기는 어려운 법이다. 나중에 의회에 가서 세금을 올려달라고 하기도 어렵다. 결국 두자릿수 인플레이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인플레이션은 2012년 이후의 문제가 될 것이다."

― 얼마 전 S&P가 영국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사람들은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가능성이 있나?

"단기적으로 본다면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예를 들어 6개월 이내에 현재 트리플 A(AAA)인 미국의 신용등급이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그러나 영국의 신용등급 전망이 하향됐고, 스페인과 아일랜드는 이미 트리플 A 등급을 잃었다. 선진국 경제들이 얻어야 할 교훈은 중기적인 재정 건전성에 신경써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 의회예산국은 공식적으로 향후 10년간 정부 부채가 GDP의 40%에서 80%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공공 부채가 9조달러나 늘어나는 셈이다.

이런 막대한 재정적자에서 벗어나는 길은 세 가지다. 첫째, 국가 부도를 내는 것이다. 둘째, 인플레이션을 통해 실질 부채 부담을 줄이는 길이다. 셋째, 세금을 올리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재정적자란 공짜 점심(free lunch)이 아니다. 만일 3년 정도 뒤 미국이 막대한 재정적자를 쌓고 이를 통제하는 데 실패한다면, 사람들은 미국을 새로운 각도로 보게 되고 국가신용등급의 하향도 가능해질 수 있다."

루비니 교수는 위기 이후 세상의 또 하나의 특징으로 미국과 달러의 몰락, 그리고 아시아와 중국, 그리고 위안화의 부상을 꼽았다. 그는 최근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이번 위기는 미국 제국의 쇠퇴의 시작이며 우리는 아시아의 세기로 들어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달러의 몰락은 10년이 걸릴지도 모르지만, 피하기 어려운 문제"라면서 "달러를 대체할 대안은 위안화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최근 경제 회복 신호들이 나오는데 달러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왜 그런가? 달러화 붕괴의 시작인가?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붕괴 위험이 극단으로 치닫는 상황에서는, 사람들은 가장 안전하다고 느껴지는 자산으로 가고 싶어한다. 물론 미국의 거시경제나 금융의 펀더멘털이 매우 나빴고, 아주 엉망인 적도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선진 경제권의 다른 곳을 보자. 유럽은 미국보다 더 나빴고, 영국이나 일본도 마찬가지 상황이었다. 결국 상대적으로 펀더멘털이 어디가 더 나쁘냐에 달려 있다. 불행하게도, 혹은 다행히도 미국 국채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어려운 AAA 등급의 안전 자산이다.

그런데 경제가 조금 회복되면서 위험 회피의 정도가 좀 약해질 경우에는, 사람들이 미국 국채나 미 달러 자산을 팔고 빠져나와 다른 국가의 자산이나 신흥 경제권의 자산으로 이동하게 된다. 이런 과정이 그런 역설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 현실에 보다 가까워져야"

―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은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로 외환보유고를 많이 쌓지 않으면 위험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절실히 깨달았다. 그러나 이렇게 하는 것은 글로벌 불균형을 더욱 키우는 것이다. 딜레마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하나?

"한국과 같은 나라들이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고 있는 것은 외부의 충격에 대한 일종의 완충장치(buffer)라는 점에서 이해가 간다. 그러나 그 완충장치는 여러 측면에서 비용이 비싸다. 거의 제로에 가까운 금리를 주는 미 재무부증권 등에 돈을 묶어 놓아야 한다. 그런 '보험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몇 가지 대안이 있다.

첫째,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보유고 공동기금을 만드는 것이다. 둘째, 유사시 IMF가 마련한 새로운 정책자금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론 아시아 국가들이 IMF에 대해 나쁜 기억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IMF도 10년 전의 실수로부터 배운 게 많다. IMF는 이번 금융위기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은 국가들―멕시코나 콜롬비아, 폴란드―에 대해 많은 부대조건을 달지 않고 많은 돈을 지원했다. 2000억달러나 되는 돈을 제로 금리에 묶어놓는 것은 해당 국가를 위해서도, 세계 경제를 위해서도 좋지 않다."

그러나 지난 28일 신제윤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외환보유고를 꾸준히 쌓는 것만이 국제금융시장에 따른 외환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해 한·미 간에 큰 인식의 격차를 드러냈다.

― 이번 위기로 경제학의 역할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현실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다. 경제학은 어떻게 변해야 하나?

"나를 포함해 많은 경제학자들은 이번 위기를 조금씩이나마 예견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경제학은 이 위기를 놓쳤다. 그런데 경제학만 틀린 게 아니다. 정부도 그랬고, 금융기관도 그랬고, 신용평가기관들도 그랬다. 많은 사람이 이 거품이 영원히 계속될 것이라고 오판했다. 대중과 군중의 지혜가 광범위하게 실패한 것이다. 대중의 광기(狂氣)까지는 아니더라도, 대중의 환각(幻覺)과 미망(迷妄)이었다. 모두가 거품에 빠져 살면서 혜택을 보면 모두가 거품을 놓치게 된다.

물론 경제학자들에게도 잘못이 있다. 내 생각에 많은 아카데믹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는 경제학은 너무 기술적으로 변한 나머지, 너무 모델(model)에 따르는 식이 됐다. 논문에 말보다 그리스 문자나 방정식이 더 많이 들어가는 식으로 말이다. 물론 그것도 경제학으로서 가치가 있다. 하지만, 데이터를 잘 관찰하고 경험에서 나온 사실을 더 중시한다면 경제학과 모델이 상아탑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이번에 배운 것은, 거시경제학과 금융시장의 복잡한 상호 작용이 중요한 주제로 떠올랐다는 점이다. 많은 거시경제학자는 그들의 모델에 발전된 금융시스템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않은 채 돈과 금융을 분석한다. 반면 많은 금융 전문가들은 경제 전체를 보지 않고 '부분 균형' 만 염두에 둔다. 그 두 부분을 결합하는 것, 즉 거시경제의 최고 아이디어와 금융시장에서의 최고의 아이디어를 합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금융위기에도 불구, 한국의 경제 개방 전략은 옳은 방향"

― 만약 이명박 대통령을 만나 3가지 충고를 한다면?

"우선, 글로벌 경제를 향해 개방을 추구해왔던 한국의 장기 전략이 유익했다는 점을 환기시키고 싶다. 물론 이런 전략 때문에 이번처럼 외부 충격에 시달려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건 10년에 한 번 올까 말까 한 사건이다. 그저 차가 덜컥거리는 수준의 단기적인 충격이고, 장기적으로는 유익하다는 뜻이다.

둘째, 한국에는 아직 더 개선할 영역과 일이 남아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서비스 부문의 생산성 향상도 중요하고, 질질 끌고 있는 금융 분야 문제의 해결도 그렇다. 몇몇 분야에서는 잉여 생산능력의 구조조정도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경제 위기 속에서도 인재와 기술에 대해서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하는 노력이 매우 소중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 작년에 자유낙하하던 세계 경제의 학점을 'D-'나 'F'였다고 가정한다면, 지금은 어떤 학점을 주겠는가?

"상대적으로 볼 때 지금 이 시점에서 미국과 중국이 유럽과 일본보다 잘하고 있다. 유럽과 일본의 정책 집행자들은 약간 시대에 뒤처지고 있다. 특히 일본은 심각하게 구조적이고 정치적 문제가 있는 것 같다. 반면 중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신흥시장 국가들은, 선진국의 경기와 성장에 너무 의존적이라는 단점은 여전하지만, 요즘 호전의 기운을 받고 있다. 학점을 매기기는 어렵지만, 굳이 말하자면, 미국은 B이고 중국과 신흥시장들은 B+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는 대답이 쉽지 않은 듯 이 대목에서 "유 노(you know)"를 4차례나 반복하고는 잠시 쉬었다가 말을 이어갔다. "유럽과 일본은 B-와 C 사이인 것 같다."

― 한국은 어떤가?

"중국과 신흥시장에 묶어서 말한 셈이다. 가장 우수한 집단에 속한다."

― B+에서 A를 향해 가고 있다고 봐도 되나?

"(이 대목에서 그는 거의 처음으로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니, 나는 지금 이 시점에서는 어느 나라도 A 영역으로 평가하고 싶지는 않다. 다만 나는 중국과 한국과 신흥시장 국가들이 A로 복귀할 것이라는 희망적 견해를 갖고 있다.

그러나 아시아가 전통적인 방식의 회복, 즉 서구 경제가 반등해 소비가 급증하고 수입(輸入)이 늘어날 때 그 혜택을 보겠다는 식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실망하게 될 것이다. 왜냐하면, 이번에는 미국 경제가 비록 회복되더라도, 예전보다 덜 소비하고 덜 수입하면서, 약한 달러를 기반으로 수출을 더 하는 식의 경제로 바뀔 것이기 때문이다. 2002~2004년의 경기 회복기엔 미국이 회복되면서 곧바로 아시아가 회복되는 전통적 양상을 보였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다. 그래서 내수(內需) 증진이나 아시아 지역 내에서의 소비 증가가 중요한 것이다. 그래야 더 지속 가능하다. 그렇지 못하면, 실망감이 클 것이다."

그는 낙관을 논하면서도 엄격한 전제 조건을 달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도 아닌 바로 닥터 둠이 준 학점 아닌가? 그로부터 받은 'B+' 학점이라면 좀더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았다.

누리엘 루비니는 누구인가


부동산發 세계 '금융 대재앙'… 섬뜩하리만큼 정확히 예언
스타가 된 '어둠의 경제학자'


현재 뉴욕대 스턴 경영대학원 교수이자 경제 컨설팅 회사인 RGE모니터의 회장을 맡고 있다. 하버드대에서 국제경제학으로 박사를 받은 뒤 예일대에서 교편을 잡았고, IMF와 미 연준, 세계은행, 이스라엘은행 등에서 일했다. 클린턴 정부 시절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거쳐 티모시 가이트너 당시 재무부 차관보(현 장관) 자문역으로 일했다.

그는 1959년 터키 이스탄불에서 유태계 이란인 부모로부터 태어났다. 그의 가족은 테헤란과 텔아비브를 거쳐 밀라노(이탈리아)에 정착했으며, 그는 보코니대(밀라노)를 나왔다. 그는 현재 미국 시민이며, 영어와 페르시아어, 이탈리아어, 히브리어를 구사한다. 그의 영어는 여러 나라의 악센트가 섞여 특이한 느낌을 준다. 그는 한번도 결혼하지 않았다.

그는 2006년 9월 IMF 강연에서 "미국 경제는 앞으로 몇 개월, 혹은 몇 년 후 일생에 한번 볼까 말까 한 주택 버블 붕괴와 모기지 부도, 모기지 담보부 증권의 폭락을 겪을 것이고, 이로 인해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기능 정지와 깊은 경기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만 해도 청중들은 그의 주장에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불과 1년 후 그의 전망은 사실이 됐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그의 연구 방식이 정통적이지 않고 주관적이라고 비판하지만, 그의 정확한 예측력은 그런 비판들을 잠재웠다.

글로벌 금융위기는 그에게 명예와 돈(그가 운영하는 RGE모니터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성업 중이다), 그리고 동료들의 인정 등 모든 것을 안겨줬다. 그는 타임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에 포함됐고, '프로스펙트 매거진'에 의해 현존하는 세계 지식인 100명 중 2위에 랭크됐다. 그는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부 장관과 래리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과 가끔 만나며, 그의 의견들은 오바마 정부의 정책 결정에도 많이 반영된다.

그가 미국의 경제위기를 예견한 것은, 1990년대 아시아와 남미의 경제위기에 대해 연구한 것이 밑거름이 됐다. 당시 그는 경제위기를 겪은 나라들이 공통적으로 거액의 경상수지 적자를 안고 있고, 외국으로부터의 차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것이 부동산시장 버블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는 2004년부터 미국이 이와 비슷한 문제인 쌍둥이 적자를 안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미래에 경제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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