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비니 교수의 우울한 예언, 최악은 아직 안 왔다 [관련글 작성]
마지막 수정 : 2009-04-20 08:46 i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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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outside] 최악은 아직 오지 않았다


역사상 가장 큰 자산·신용 버블 붕괴 앞으로 더 많은 금융기관 퇴출될 것
경기 위축이 완만하고 단기적? 애널리스트들은 아직도 망상에


 
2008 년 세계 금융시장은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위기를 겪었다. 주요 금융기관들이 파산하고, 다른 금융기관들은 헐값에 팔리거나 상당한 구제금융을 받고서야 살아남았다. 세계 주식시장은 50% 이상 폭락했고, 금리 스프레드는 치솟았다. 심각한 유동성·신용 경색이 발생했고, 많은 신흥시장 경제들이 비틀거리며 IMF에 지원을 요청했다.

그렇다면 2009년엔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까? 최악의 상황은 이미 지나갔을까, 아니면 아직 오지 않은 것일까? 이런 문제들에 대답하기 위해 우리는 현재 진행 중인 경제 위축과 금융 상황 악화의 악순환을 이해해야 한다.

미국은 수십 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 확실하다. 2009년 말까지 약 24개월에 걸쳐 진행되는 깊고 장기적인 경기 위축이다. 글로벌 경제도 위축될 것이다. 유로존과 영국, 유럽 대륙, 캐나다, 일본 그리고 다른 선진국도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다. 무역과 금융, 환율을 통해 선진국의 실물 경제와 금융시장의 충격을 전달받으면서 신흥시장 경제들은 경착륙(硬着陸)할 위험이 있다.

2008년 초 선진국 경제에서는 1970년대와 같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조합)의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총수요가 총공급을 밑돌면서 상품의 판매 부진은 기업들의 가격 결정력을 떨어뜨리고, 물가 상승 압력을 줄였다.

게다가 실업률의 증가는 노동 비용과 임금의 상승을 억제할 것이다. 이런 요인들은 급속하게 떨어지는 원자재 가격과 함께 선진국의 인플레이션율을 1% 수준으로 낮출 것이고, 스태그플레이션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우려를 높일 것이다.

디플레이션은 유동성 함정으로 진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하다. 명목 이자율이 이미 제로(0)에 근접했는데, 제로 이하로 떨어질 수는 없으므로 금융정책은 효과가 없어지게 된다. 물가 하락은 자본의 실질 비용이 높아지고 부채의 실질 가치가 높아지는 것을 의미하며, 소비와 투자의 추가적인 감소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소득과 일자리가 더욱 위축되고, 수요와 물가의 하락을 더욱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전통적인 통화정책이 무력해지면서 비정통적인(unorthodox) 다른 정책들이 계속 사용될 것이다. 예컨대 투자자와 금융기관, 차입자들에게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정책이나 신용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은행에 막대한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 그리고 장기 국채 금리를 낮추고 시장 금리와 국채 금리 간 스프레드를 줄이는 과격한 조치들이다.

작금의 글로벌 위기는 미국의 주택시장 버블이 촉발했지만 그것만이 원인은 아니다. 미국의 신용 과잉은 주택 모기지, 상업 모기지, 신용카드, 오토론, 그리고 학자금 대출에도 존재했다. 또한 이런 부채들을 치명적인 파생상품으로 전환한 증권화 상품들과 지방 정부의 차입, 차입매수거래(leveraged buyout)를 위한 자금 조달, 부도 사태 속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회사채, 그리고 신용부도스와프(credit default swap)에도 과잉이 있었다.

나아가 이런 병세(病勢)는 미국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다른 여러 나라에도 위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값싼 과잉 대출이 야기한 주택 버블이 있었다. 원자재 버블과 사모펀드·헤지펀드 버블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그림자 금융 시스템(shadow banking system)'의 몰락을 목도하고 있다. 실제로는 은행이 아니면서 은행처럼 보이는 복합금융기관들이 유동성 있는 단기 자금을 높은 레버리지로 빌린 뒤 유동성이 떨어지는 장기 금융수단에 투자하는 시스템 말이다. 그 결과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자산 및 신용 버블이 꺼지고 있고, 이에 따른 총 신용 손실은 무려 2조달러에 이를 것 같다. 만일 각국 정부들이 신속하게 금융기관들의 자본을 확충하지 않는다면 신용 경색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다. 왜냐하면 손실은 자본 재확충보다 빠른 속도로 쌓여갈 것이며, 은행들은 신용과 대출을 줄이지 않으면 안 될 것이기 때문이다.
    주식과 다른 위험 자산 가격은 2007년 후반 정점을 기록하고는 급격하게 하락했지만 여전히 중대한 하방 위험이 남아 있다. 최근 시장에서는 주식을 비롯한 위험자산들의 가격이 이미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우리는 이미 바닥에 있고, 빠른 회복이 일어날 것이라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최악(最惡)은 아직 오지 않았다. 향후 몇 달 동안 전 세계적으로 거시경제 뉴스와 기업 수익 발표들은 예상보다 훨씬 나쁠 것이며, 위험 자산들의 가격에 추가적인 하향 압력을 가할 것이다. 주식 애널리스트들은 아직도 경기 위축이 완만할 것이며 단기적일 것이라는 망상에 빠져 있다.

    비록 선진 7개국(G7)과 다른 경제들의 기민한 행동으로 총체적이고 시스템적인 금융시장 붕괴의 위험이 줄어들긴 했지만 심각한 취약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신용경색은 더욱 악화될 것이고, 헤지펀드를 비롯해 레버리지 장사를 해온 금융기관들이 자산을 내다팔아야만 하는 상황에 몰리면서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은 계속될 것이다. 이로 인해 자산 가격은 더욱 떨어질 것이며, 더 많은 금융기관들이 부도에 몰리고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그리고 일부 신흥국가들은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을 것이다.

    따라서 2009년은 글로벌 경기침체와 금융시장 불안정성의 추가적 증대, 손실, 그리고 부도로 점철되는 고통스러운 한 해가 될 것이다. 선진국과 신흥 국가를 막론하고 공격적이고, 잘 조정되고, 효과적인 정책들을 펼 때만이 2010년 글로벌 경제의 회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 기고자 : 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 미 뉴욕대 교수
    • 발행일 : 2009년 01월 0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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