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고양이도 떨어뜨리면 튄다
최근 세계 주식시장의 반등은 일시적 현상일 뿐
하반기도 美성장률은 마이너스이고 유로존과 일본 전망은 더욱 어두워
미국, 중국, 그리고 세계 다른 지역에서 경기 위축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가벼운 신호들이 나오고 있다. 이를 근거로 많은 경제학자는 미국이 올 하반기에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서고, 다른 선진 경제권도 비슷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근 많은 경제학자의 컨센서스는 내년 경제성장률이 추세선인 2.5%에 근접한다는 것이다.
경기 위축은 지속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그 감소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바닥이 가까워졌고 "회복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 결과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주식시장이 반등하기 시작했다. 경제와 기업, 그리고 금융기관들이 길고 긴 터널을 걸어온 끝에 마침내 한 줄기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시장은 믿는 듯하다.
그러나 나는 이런 낙관론이 사실에 입각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최근 두 분기 동안 미국 경제 위축세가 작년 4분기의 -6%보다는 둔화됐을 것이지만, 나는 하반기에도 미국 성장률은 마이너스(-1.5~-2%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한다. (시장의 컨센서스는 +2%로 상당히 낙관적이다.) 게다가 내년에도 성장세가 너무나 약하고(컨센서스는 2%인 반면 나는 0.5~1% 정도로 본다) 실업률이 너무 높아(10%를 상회할 것이다) 여전히 우리는 경기 침체인 것처럼 느끼게 될 것이다.
유로존과 일본의 2009년과 2010년 전망은 더 어둡다. 내년에도 성장률은 제로에 가까울 것이다. 중국은 올 하반기에 다른 지역보다 빠른 회복세를 보이겠지만, 올 성장률은 5%, 그리고 내년에도 7%에 그칠 것이다. 지난 10년간의 평균 10%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주요 경제권의 전망이 이렇게 어둡기에 은행과 다른 금융기관들의 손실은 계속 커질 것이다. 최근 내 추산으로는 미국 금융기관이 발행한 대출이나 증권 쪽의 손실은 3조6000억달러에 이르고,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1조달러 정도 된다.
IMF는 올 초에 은행의 손실 규모 추정치를 1조달러에서 2조2000억달러로 수정했는데, 조만간 미국 3조1000억달러, 다른 지역에서 9000억달러로 다시 수정해 발표할 것이라 한다. 그렇게 되면 내 추정치와 비슷해진다. 이 기준에 따르면 많은 미국 및 해외 은행들은 사실상 지급불능 상태이며, 정부가 인수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은행들은 이미 막대한 손실을 갖고 있고, 손실 규모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우리가 이런 좀비(zombie) 은행들을 그대로 살려둔다면 신용 위기는 훨씬 더 오래 지속될 것이다.
실물 경제와 금융기관에 대한 이런 어두운 전망을 감안한다면, 최근 미국과 세계 주식시장의 반등은 베어마켓 랠리(bear market rally·약세장 속에서 일시적 반등)로 해석하는 것이 마땅하다. 경제학자들은 9번의 경기 침체가 있으면 주식시장은 12번을 예상한다고 늘 조크한다. 경기 침체기에 주식시장이 종종 과민반응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2년 동안에는 반대로 경기 회복이 한번도 없었는데도 주식시장은 6번의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다시 말해 6번의 베어마켓 랠리가 일어났다가 풍선에 바람 빠지듯 꺼지고 주가가 새로운 저가(低價) 기록을 경신했다는 뜻이다.
죽은 고양이도 높은 데서 떨어뜨리면 한번은 튄다. 최근의 주가 반등도 좀더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세가지 이유로 결국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고야 말 것이다.
첫째, 거시 경제 지표들이 예상보다 악화될 것이다. 다시 말해 시장의 컨센서스처럼 성장률이 빨리 회복하는 데 실패할 것이다.
둘째, 기업과 금융기관의 수익 또한 시장의 컨센서스만큼 빨리 반등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미약한 경제 성장세와 디플레이션 압력, 그리고 회사채 부도율의 증가가 기업의 가격 결정력을 제약하면서 이윤 마진 폭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게 할 것이기 때문이다.
셋째, 금융 쇼크가 예상보다 악화될 것이다. 장차 어느 때쯤 투자자들은 은행들의 손실 규모가 엄청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고, 몇몇 은행들은 지급불능 상태에 빠질 것이다. 레버리지가 많았던 기업들―예를 들어 헤지펀드―은 디레버리징(deleveraging·차입과 투자를 줄이는 것)에 나서면서 현금으로 바꾸기 어려운 자산들을 시장에 내놓게 될 것이다. 그리고 몇몇 신흥시장 경제들은 IMF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다른 경제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결국 최근의 베어마켓 랠리는 좀더 지속될 수는 있겠지만, 주식을 비롯한 위험 자산에 새로운 하강 압력이 닥치는 것은 피할 수 없다.
물론 최근 몇 달간 세계 각국에서 공격적인 정책 대응(예를 들어 방대한 규모의 금융 완화와 경기 부양, 금융기관 구제, 개인에 대한 모기지 상환 지원, 어려움에 빠진 신흥시장에 대한 금융지원 강화 등)이 잇따르면서 가까운 장래에 불황 (depression)이 닥칠 위험을 줄인 것이 사실이다. 6개월 전 글로벌 금융시장이 거의 붕괴 직전에 갔을 때만 해도 불황의 가능성이 매우 높았었는데도 말이다.
그러나 이번 글로벌 경기 침체는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보다 길어질 것이다. 터널 끝엔 분명히 빛이 있을 것이다. 불황이나 금융시장 붕괴는 닥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계 모든 지역에서 경기 회복은 예상보다 약할 것이고, 시간도 예상보다 오래 걸릴 것이다. 금융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 기고자 : 누리엘 루비니 (Nouriel Roubini) 美 뉴욕대 교수
- 발행일 : 2009년 04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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