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구 전략의 핵심 [관련글 작성]
마지막 수정 : 2009-09-19 15:10 sel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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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엘 루비니(Nouriel Roubini)뉴욕대 교수 | 2009/09/19

정책기조 일찍 바꾸면 또 경기침체…
통화공급 계속 땐 스태그플레이션…
출구전략 시점·속도의 기준 설정해 시장의 신뢰 잃지 않는 게 중요


 
전 세계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대대적인 통화 완화와 재정 투입을 통해 심각한 경기 침체가 제2차 세계 대공황으로 번지는 것을 막았다는 데는 대체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정책 결정자들은 1930년대 대공황과 1990년대 일본 경제의 버블 붕괴 당시의 정책적 오판(誤判)으로부터 교훈을 얻었기 때문에 더 심각한 침체는 피할 수가 있었다.

그 바람에 정책 방향에 대한 논쟁이 이제는 경기 회복이 V자형(잠재 성장으로 빠르게 회복되는 것)이냐 U자형(서서히 회복되는 것)이냐, 아니면 W자형(이중 경기침체)이냐 하는, 경기 회복 시나리오에 대한 논쟁으로 바뀌고 말았다. 작년 가을부터 올봄까지 세계 경제가 급락할 때만 해도, 경기 사이클이 L자형을 그리면서 금융 대혼란을 겪을 것이라는 시나리오가 가장 그럴싸하게 받아들여졌는데 말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중대한 정책 이슈는 현재의 대대적인 재정 투입과 통화 완화 정책으로부터 언제, 어떤 방식으로 출구 전략(exit strategy)을 펴느냐이다. 분명한 것은, 미국과 유로존, 영국, 일본 그리고 나머지 국가들이 엄청난 재정 적자와 누적되는 공공 부채를 감수하면서 마냥 재정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는 점이다.

이 막대한 재정 적자는 세계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거의 0%까지 낮추며(심지어 스웨덴은 0% 아래로까지 내렸다) 통화를 푼 것에도 부분적으로 기인한다. 이 같은 양적 완화 정책에 의해 본원 통화가 가파르게 늘어났다. 가령 미국에서는 본원 통화가 1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만약 이런 상황을 되돌려놓지 않는다면, 느슨한 재정 정책 및 통화 완화 정책이 합쳐진 결과로 인해 어느 순간 또 다른 자산 버블 및 신용 버블이 야기되면서, 재정 위기와 심각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다. 따라서 정책 결정자들에게 떠오르는 핵심 이슈는 과연 언제 과도한 유동성을 해소하고 정책 금리를 정상 수준으로 돌려야 할지, 언제 정부 지출을 줄이고 증세(增稅)를 해야 할지 타이밍을 결정하는 것이다.

가장 큰 정책 리스크는 통화 및 재정 완화 정책으로부터의 출구 전략이 어찌해도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정책 결정자들은 출구 전략을 써도 비난받고, 안 써도 비난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다. 만약 재정 적자가 과도하다면 정책 결정자들은 가급적 빨리 세금을 올리고 재정 지출을 줄이면서 과도한 유동성을 줄여나가야 한다. 한데 문제는 대부분의 경제가 이제서야 겨우 바닥을 치고 있다는 점이다. 민간 수요가 견조하게 되살아나기도 전에 너무 일찍 재정 및 통화 정책의 기조를 바꿀 경우 또다시 경기 침체와 디플레이션을 맞게 될 수 있다. 미국이 지난 1937~1939년에 그랬던 것처럼, 일본도 1998~2000년에 이런 실수를 되풀이했다.

반대로 정부가 지금까지 해온 대로 막대한 재정 적자를 유지하면서 통화 공급을 지속한다면, 디플레이션 압력이 줄어든 이후 어느 순간에 채권시장이 충격을 받을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장기 국채 수익률이 올라가면서 담보 대출 금리와 시장 금리가 상승할 것이다. 종국에는 경기 불황과 물가 상승이 동시에 벌어지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 것인가? 우선 각국의 재정 적자 규모 및 만기 도래 규모, 그리고 정책 신뢰도에 따라 각국이 감당할 수 있는 공공 부채의 규모도 다르다. 유럽의 몇몇 국가처럼, 경제 규모는 작으면서 재정 적자가 매우 심각하고 공공 부채도 계속 늘어난다면, 게다가 은행은 너무 커서 죽이기도 살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가급적 빨리 재정정책을 재조정해서 신용 등급의 하락이나 재정 위기의 위험을 피해야만 한다.

둘째, 정책 결정자들이 경제가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는 2011년이나 그 이후에 증세(增稅)와 함께 공공 지출, 특히 복지 분야 지출을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믿을 만하게 내놓는다면, 경기 회복을 위해 단기적으로 재정 완화 정책을 쓰더라도 시장의 신뢰를 잃지 않을 수 있다.

셋째, 통화정책 당국은 언제 통화 완화 정책의 기조를 바꾸고, 얼마나 빨리 정책 금리를 정상화할지에 대한 기준을 보다 명확히 해야 한다. 비록 지금 당장이 아니고 경제가 더 건실하게 회복되는 나중 시점에 정책 기조를 바꾼다 하더라도, 시장과 투자자들에게는 출구 전략의 시점과 속도를 결정하는 요소를 더 명확히 해줄 필요가 있다. 통화 정책을 판단할 때는, 주택을 비롯한 자산 가격의 버블이나 신용 버블을 피하는 것 또한 매우 중요하다.

올바른 출구 전략을 세우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심각한 정책 오판은 더블딥 침체의 위협을 높인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정책 오판의 위험은 매우 높다. 왜냐하면 미국 같은 정치경제학적 상황에서는, 감당할 수 없는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정책 당국자들이 어려운 결정을 질질 끌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부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통해 공공 및 민간 부채의 실질 가치를 줄이려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 의회에서 세금을 늘리고 재정 지출을 삭감하는 것을 정치적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나라에서는, 돈을 풀어 결과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것이 정치적 저항을 최소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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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류:위비백과 처음화면 > 2009년 09월 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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